청와대 마지막 작별의 밤
청와대 마지막 작별의 밤 그이는 친구 노태우의 대통령직 수행은 자기와는 달리 편안하고 멋진 일로 채워질 것이라며 그렇게 혼자 덕담하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이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일까? 운명이 자신과 노태우 당선자에게 각각 다른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사실을 자신은 파산에 직면한 나라를 인계 받아 살림을 일으켜 세우느라 국민 앞에 아름답고 품격 있는 자태를 보여줄 수 없었다. 웃음기 없는 얼굴, 땀에 젖은 이마, 기름 묻은 손, 상처 난 팔뚝이 겉으로 드러난 그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험난했던 고비를 다 넘긴 바로 그 시점까지가, 시대가 그이에게 맡긴 역할이었다. 열정을 바친 88올림픽도 그 즈음에서 손을 떼고 미련 없이 떠나야 하는 것이 시대가 허락한 그이 역할의 한계였지만 그 일에 대해서도 그이..
이순자 자서전
2022. 10. 1. 11:10